종교 카테고리를 만들었습니다 - 일단 용어의 확립부터

블로그 만든지 벌써 6년이 다 되어 가는군요.

제대 이후 아는 사람들이 다들 블로그 하기에 블로그인으로 시작했다가 여차저차해서 이글루로 이사 온 기억이 벌써 가물가물하군요.

성격상 진지하거나 무거운 이야기는 잘 안 써왔습니다.

뉴스비평이나 사회적 문제, 종교 문제가 대표적인 것들이죠.

즐겁게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여가를 선용하자는 느낌으로 블로그를 생각했기 때문이거든요. 뭐 근데 바로 아래 글도 왕창 더럽고 무거운[......] 글이고 제 안에 할 말도 많이 쌓인 것 같아서 종교 카테고리를 신설했습니다.

글을 쓰다보면 현시창적인 자조성 글이 되거나 답이 안 나오는 소모적인 논쟁만 부를 것 같아서 자제했습니다만, 다행히 최근 이글루스에서 건설적이고 열린 생각으로 크리스트교를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 같아서 운을 떼어 보는군요.

젠카님이나 책벌레님의 블로그에서 좋은 글들을 많이 읽고 있습니다.

일단 저는 개신교 신자입니다. 흔히 말하는 모태신앙이고 가족 및 친가, 외가도 거의 다 개신교 집안이죠. 나름 개신교 안에서는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부류에 속한다 생각은 합니다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어떨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구체적인 다른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앞서서 평소에 제가 생각하고 의문을 가졌던 사실을 하나 풀어볼까 합니다. 용어의 확립에 관한 것입니다.

이미 위에서 크리스트교와 개신교라는 단어를 한 번씩 쓴 것을 보고 눈치 채신 분도 있을지 모르지만 저는 기독교라는 단어를 의식적으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독교라는 단어는 없어져야 한다.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고요.

기독교는 한자로 基督敎 이렇게 씁니다.

터 기자에 감독할 독자를 쓰지만 그 실제 의미와는 아무 관련이 없고 크리스트 혹은 크라이스트Christ를 비슷한 한자 발음으로 읽은 가차(假借)문자입니다. 프랑스가 불란서, 도이칠란트가 독일이 된 것과 같은 방식입니다.

즉, 의미상으로는 기독교=크리스트교가 됩니다. 크리스트교라고 하면 불교, 이슬람교와 더불어 세계 3대 종교의 하나인 그리스도를 믿는 종교 교파를 모두 일컫는 통칭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기독교라고 하면 개신교를 의미하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습니다.

위키백과 기독교 항목에도 보면

'기독교'라는 개념은 한국과 중국에서는 개신교와 같은 뜻으로 잘못 이해되지만, 천주교(로마 가톨릭), 정교회, 오리엔탈 정교회, 성공회, 개신교 등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 모든 기독교 교회들을 뜻한다

라는 언급이 있습니다.

비슷한 경우로 개신교 교회는 그냥 교회로, 로마 가톨릭 교회는 성당으로 인식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너 교회 다니냐? 성당 다니냐?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죠.) 그러나 교회는 크리스트교 신자들의 모임을 칭하는 폭넓은 상위 개념으로, 교파의 이름을 앞에 붙여서 개신교 교회, 천주교(카톨릭) 교회, 성공회 교회 등의 하위개념으로 부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이미 기독교=개신교로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는 상황에서 기독교=크리스트교를 같은 의미로 쓰자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고 현재 기독교로 지칭하는 경우는 개신교로 바꾸고 모든 교파를 다 의미할 때는 크리스트교로 쓰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군요. 그런데 기독교라는 말을 개신교 대용으로 쓰면서 크리스트교의 의미도 살짝 살짝 섞어 쓰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야말로 아전인수 격 단어 사용이지요.

제가 모 교회의 설교에서 들었던 실제 사례를 예로 설명해보겠습니다.

지구상에서 잘 사는 나라들은 다 기독교를 믿어서 하나님의 축복을 받았기 때문에 잘 사는 것이다.

이런 개드립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잘사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만 흔히 말하는 선진국이라고 일단 가정을 합시다. 그리고 그들이 선진국이 되기까지의 과정 - 19C 제국주의 시대, 식민지 지배 및 약탈, 삼각무역 등 - 은 일단 차치하고 실제로 그들이 정말 그 설교자가 말했던 기독교를 믿는 국가인지 살펴봅시다.

선진국의 기준에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저는 편의상 G7(G8) 국가를 선택하였습니다.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러시아)

종교 인구 비율은 네이버 검색을 통해 나오는 외교통상부의 국가정보 자료를 참고하였습니다.


미국 : 개신교 52%, 로마가톨릭교 24%, 모르몬교 2%


캐나다 : 로마가톨릭교 42.6%, 개신교 23.3%


영국 : 성공회 50%, 로마가톨릭교 11%. 개신교 및 기타 39%


프랑스 : 가톨릭 83-88%, 개신교 2%, 이슬람교 5-10%


독일 : 개신교 34%, 가톨릭 34%, 이슬람교 3.7%


이탈리아 : 로마 가톨릭 90%


일본 : 불교 8400만명, 신도 9200만명


러시아 : 러시아 정교 15-20%, 이슬람교 10-15%

이렇습니다. 그 설교자의 ‘기독교’를 크리스트교로 해석한다면 일본과 러시아를 제외한 6개국은 맞을 수도 있습니다.(일본은 애초에 크리스트교 문화권이 아니며 역사상 크리스트교 인구가 1%를 넘은 경우가 전파초기의 딱 한 번 밖에 없음.) 그러나 개신교로 한정짓는다면 과반수를 차지하는 국가는 미국뿐입니다. 그나마 가까스로 52%로군요.

그리고 물론 그 설교 내용은 포괄적인 크리스트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고 오로지 개신교적인 내용 일색이었습니다. 이래서 한국의 개신교가 미국의 딱갈이라는 별명을 달고 다니나 싶더군요. 사실 애초에 유교 성리학의 정통 후계자로 배타성을 만방에 떨치고 있는 한국의 (주류) 개신교가 포괄적인 크리스트교적인 입장을 취할 거라는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요. -_-;;

이처럼 기독교를 개신교를 대신하는 어휘로 사용하는 것은 결정적인 순간에 매우 야비하고 교활하게 이용될 우려가 있다고 봅니다.

결론을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현행의 기독교 어휘는 개신교로 고쳐 쓰고 기독교라는 단어는 쓰지 맙시다. 개신교 신자들이 쓰는 자신들을 칭하는 크리스찬이라는 말도 쓰지 않는 편이 좋겠지요. (크리스찬은 모든 크리스트교 신자를 포괄하는 의미로 쓰여야할텐데 이것 역시 굳어져서 무리일 듯) 모든 교파를 아우르는 의미로 쓸 때는 크리스트교라는 단어를 씁시다.

by 信元 | 2010/06/30 23:34 | 종교 | 트랙백(1)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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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책벌레의 책 이야기 at 2010/07/01 21:21

제목 : 그리스도교 국가들이 잘 산다고?
종교 카테고리를 만들었습니다 - 일단 용어의 확립부터 저도 윗글 저자와 비슷한 경험을 했었어요. 오래전에 순복음교회에서 나누어주는 행복으로의 초대에 "유럽의 기독교 국가들은 모두 잘 산다."라는 문장을 본 적이 있었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정말 무지한 소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학자들인 칼 맑스와 장 지글러가 공산당 선언와 탐욕의 시대에서 날카롭게 지적하는 것처럼 유럽의 그리스도교 국가들은 자유무역이라는 명분으로 식민지를 확장했고, 지......more

Commented by 안경소녀교단 at 2010/07/01 00:06
일본의 종교구성을 보면 신도 신자는 중복적으로 불교 신자라고 보면 됩니다.

현세에서의 삶은 신도식으로 하고, 내세에서의 삶은 불교식으로 한다는거와 같죠.

실제로 일본 사찰의 주된 수입원중에 하나는 장례식... -_-;;;
Commented by 책벌레 at 2010/07/01 20:48
참고로 일본사찰에서 장례식을 도맡아하는 것은 제 짦은 지식으로는 막부시대 그리스도 교인-전 기독교의 대용어로 그리스도교를 쓰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교의 정체성을 요약한 말이라 이해하기 쉽고, 성공회에서도 기독교와 그리스도교를 혼용하기 때문이이죠.- 탄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리스도교를 현재질서를 위협하는 반골종교로 규정한 도쿠가와 막부에서는 그리스도 교인들을 억제하기 위해 모든 일본 사람들은 사찰에서 화장양식으로 장례를 치르게 했는데 이게 전통으로 굳어졌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한국방송의 거상 김만덕에 비유될 수 있을 일본의 대하드라마 오싱에서도 장례를 사찰에서 승려가 오셔서 화장을 치르고 유골을 묘지에 묻어드리거나 사찰에 모시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더군요.
Commented by Esperos at 2010/07/01 22:05
그건 생각보다 어려운 말입니다. 메이지 유신 시절에 신불분리령으로 신토와 불교가 '습합'이었던 상태가 깨졌거든요. 지금도 절이 없는 지역이 있습니다. 신불분리령 때 있던 절을 다 없앴거죠 (____) 막부 시절에 그리스도교를 박해하고자 모든 사람들이 강제적으로 가까운 사찰에 적을 두게끔 했습니다. 사찰에 적을 둔 만큼 장례식을 불교식으로 치를 수밖에 없었죠. 혹여 치르지 않는다면 그건 그리스도교인이라고 붙잡혀 가기도 하겠지만... 하지만 그뿐만은 아닙니다. 신토에는 장례식 전통이 없다고 할까.... 신토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극도로 부정하게 여겨서 피했습니다. 헤이안 시대 귀족들은 그 때문에 장례식을 피하느라 자기 부모 묘소 위치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해요. 시신을 그냥 버리는 일도 흔했고요. 그럴 때 불교라는 외래종교가 나타나 화장을 도입했죠. 불교는 시신의 부정을 정화할 수 있는 강력한 외래술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장례를 불교에 맡김이 아주 당연하게 됐죠. 천황마저도 장례식을 절에서 치렀고요.
Commented by 信元 at 2010/07/12 12:20
안경소녀교단>일본은 유불습합의 전통이 있는 나라인 만큼 난 단 하나의 이 종교만을 믿는다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것 처럼 신도식 불교식으로 생활하다가 크리스마스는 그 자체로 축제분위기를 즐기기도 하고.

책벌레> 그런 배경이 있었군요. 좋은 지식을 제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젠카 at 2010/07/01 00:46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예전엔 저도 기독교를 개신교라는 말 대신 썼었는데 요즘은 조심하고 있답니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개인적으로 '기독교인'과 '그리스도인'은 구분하고 싶네요.
Commented by 信元 at 2010/07/12 12:21
크리스트교라 쓸 수도 있고 그리스도교라 쓸 수도 있겠군요. 그 표기 방법에 대해서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구분하고자 하는 목적이 어렴풋이는 짐작이 갑니다만 나중에 조금 더 자세히 풀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Esperos at 2010/07/01 21:59
로마 제국은 그리스도교를 박해하던 시절에는 잘 나가다가 그리스도교가 합법화되어 신자 수가 쫙 늘자 제국이 흔들립니다. 그러나 로마의 비그리스도교 지식인들이 그리스도교를 타매하며 "보아라. 불경한 그리스도교 놈들 때문에 로마의 신들이 노하여 제국이 흔들린다!"라고 했거든요. 오죽하면 당대의 으뜸가는 호교론자였던 성 아우구스티노가 신국론을 써서 "그리스도교 때문에 제국이 흔들린 거 아님" 하면서 변호해야 했겠습니까?
Commented by 信元 at 2010/07/12 12:26
역사는 반복된다더니 방향은 다르지만 예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군요. 씁쓸한 일입니다. 크리스트교의 역사관은 직선에 가까운데 하는 짓은 원형이로군요.
Commented by wuuyut at 2014/11/14 15:20
촌동네도 아닌 '대구 광역시' 의 문화적 실정이 그렇다는 건 우울한 일이다. 아무리 대도시라고 해도 지방 대도시일 뿐이며 서울에다 비교할래야 비교할수조차 없다. 모든 도시의 '서울과 같은 발전' 을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것은 서울에 있고 지방은 점차 퇴락해 가는 작금의 현상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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